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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생활했는가. 고고학,언어학적 발견을 통해 구약시대 생활,풍속사를 재현한 저서. 아브라함의 얼굴,히브리인들의 수명과 삶의 가치,솔로몬과 그의 영광, 강한 수련의 사회,예언자의 능력 등을 수록했다.

1. 들어가는 문
2. [사람과 땅]
3. 사회
4. 장소와 행적
5. [사람과 시간]
6. 나날의 흐름
7. 산다는 것과 살아남는다는 것
8. [사람과 하늘]
9. 하늘의 기원
10. 빛의 근원을 따라
11. [나오는 문]
12. 종말론과 메시아니즘
13. 역사와 이상향

히브리인 생활묘사 '생생'

'생활사’는 20세기 역사학이 창출해낸 대표적인 분야다．엄밀한 의미에서의 역사학이 성립하기 전까지 역사란 한 민족의 건국 신화와 동의어였다．객관적인 역사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의 역사가 성립한 이후에도 역사의 눈길은 주로 왕조의 교체나 전쟁 같은 굵직한 정치적 사건에 멎어 있었다．현대에 들어와 특히 아날 학파를 통해 역사는 삶의 저변에 무한히 펼쳐진 대중들의 다채로운 삶에 주목하기 시작했다．이런 전통이 결실을 맺었다．구약 시대 히브리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룬 슈라키의 저작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상고(上古)시대 생활사를 연구하는 건 어렵다．생활사는 면밀한 자료 검토를 요하는데,상고 시대의 구체적 자료를 찾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더 나아가 역사의 연구 범위가 옛날로 내려갈수록 미묘한 민족 감정이 섞이게 마련이다．역사를 연구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 민족 감정이다．슈라키의 경우도 심하지는 않지만 이런 위험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그래서 우리는 ‘비교 상고사’라는 담론의 중요성을 상기해야 한다．역사의 많은 자료들이 다른 지역,다른 문화들 사이의 비교를 통해서만 객관적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는 가능하면 중국 대륙,한반도,중앙 아시아를 포괄하는 동북아사 전체를,또 이집트 이스라엘 아라비아 반도 등을 포괄하는 오리엔트사 전체를 연구하는 것이 좋다．어느 한 문화만 떼어내어 연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특정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가 속한 전체 장(場)을 파악해야 한다．슈라키의 저작은 이 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오리엔트 지방의 전체 그림을 그려주지 않으면서 히브리 민족만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논의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뛰어난 역사서를 쓰려면 세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첫째는 말할 필요도 없이 자료의 정확한 파악이다．그러나 진정 뛰어난 역사서를 쓰려면 탄탄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시간과 인과율은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 없이 역사의 깊이있는 파악은 불가능하다．나아가 뛰어난 역사가는 문학적 상상력을 동반해야 한다．보이지 않는 것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겸비해야 하는 것이다．

슈라키의 저작은 철학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그는 역사 속에서 철학적 테마를 읽어내지 못했다．사람과 땅에 대한 이야기에서 환경과 주체의 관계를 읽어냈더라면,사람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에서 역사의 목적과 인과(因果)에 대해 통찰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다만 사람과 하늘에 관한 논의에서 신과 히브리인들의 관계를 분석한 부분은 비교적 정교하다．그러나 히브리인들의 생활을 문학적으로 생생하게 살려낸 것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사실 전문 역사가가 아니면 주택,도시,의상,음식 등 무수한 실증 자료들을 늘어놓는 게 흥미롭지 않다．그러나 저자의 재치 있는 글솜씨가 이런 지루함을 씻어낸다.

- 19991115/이정우의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