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에 대한 생생한 기록
1600년 동안 읽혀 온 책을 현대어로 다시 읽는다.

오늘날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은 낯설고 불편한 것이 되었다. 심지어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교만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성은 신앙의 반대말이 아니다. 이성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다. 어거스틴은 하나님과 그분의 창조세계를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거듭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실패의 와중에서 기념할 만한 회심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 결국 하나님에 대한 신앙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모두 헛일이었을까? 결코 아니다. 그의 믿음은 그의 이해를 폐기하지 않고 고양시켰다. 오늘날 우리의 문제는 우리 안에 믿음을 통해 고양될 만한 이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기독교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들 중 한 사람이 일생에 걸친 진지한 성찰을 통해 확고한 믿음을 얻어 가는 과정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록이다.

『고백록』의 가치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기독교의 고전들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것은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 책이 쓰인 때가 기원후 400년이니, 햇수로만 1600년 넘게 읽혀 온 셈이다. 그러니, 『고백록』의 이런 연륜에 비한다면, 기독교 고전들 중 가장 널리 읽힌다는 『그리스도를 본받아』(1427)와『천로역정』(1678년)은 신간 서적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그러나 『고백록』은 그저 오래된 책에 불과한 게 아니다. 어떤 책이 오래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고전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고백록』은 그 내용적 측면에서도 다른 기독교 고전들을 압도한다. 그 책에는 한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께 바치는 위대한 신앙고백, 영이신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에 관한 상세한 설명, 그리고 이후의 모든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토대가 될 만한 견고하고 아름다운 사유가 들어있다.

『현대인을 위한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위한 변명
이번에 엔크리스토가 펴낸 『현대인을 위한 어거스틴의 고백록』은 기존의 우리말 『고백록』들을 능가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고백록』의 가치를 잘 알면서도 “고전 읽기의 어려움 때문에” 아직 그 내용을 읽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획물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번역되고 편집되었다.
첫째, 완역이 아니라 편역의 방식을 취했다. 이 책은 아주 엄밀한 번역서를 지향하되, 본문 중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을 만큼 주변적이거나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과감하게 덜어냈다.
둘째, 보다 정확한 문장을 얻기 위해 복수의 영문 텍스트를 비교한 후 뜻이 분명한 쪽을 번역했다. 또 본문 중 뜻이 어렵거나 모호한 문장의 경우, 이미 나와 있는 우리말 『고백록』의 여러 번역문들을 비교 검토한 후 그것들을 조합해 최적의 표현을 찾아냈다.
셋째, 인용된 성경 본문으로는 현대인들의 언어감각에 맞는《표준새번역》을 사용했다.
넷째, 본문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역주(譯註)를 색(色) 글자를 사용해 해당 문장들에 덧붙였고,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개념이나 용어들은 박스(Box) 글을 사용해 보충 설명했다.
다섯째, 본문 중간중간에 내용의 이해를 돕고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삽화들을 그려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