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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많은 사람들이 보통 세 가지 시간대, 과거, 현재, 미래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현재, 미래.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현재에 적용하여 미래를 대비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때때로 과거라 부르기에는 현실적이고 현재라 부르기에는 약간 떨어져 있으며 미래라고 부르기에는 계획이 없는 시간대가 찾아온다. 이 책은 나의 그런 시기에 쓰여졌다. 휴식이라고 부르기에는 고통스러운 상태이지만, 벌이라고 말하기에는 편안한 “무”의 상태이다. 현대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상은 너무 세세하게 계획되어 있어 가만히 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찾을 기회를 빼앗는다. “진짜 나”는 마치 양파와 같아서, 가만히 앉아 차분하게 껍질을 하나씩 벗겨야지만 만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눈물콧물이 날 수도 있다. 이 책은 "진짜 나"를 만나는 과정이다.

글은 흔들리던 나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내 생각들이 타당하고 논리적으로 합당한지 증명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내 생각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는 진짜 나의 모습과 내가 가짜로 만들어낸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글이 만병통치약처럼 마법적인 힘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사실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고하게 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나답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서 서평]
“완벽하게 할 수 없으면 하지 말자.”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퍼져 있는 생각이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논다”라는 소리가 나오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그런 대학에 가서 시간과 돈을 버릴 바에는 일을 한다”라고 말한다. 심지어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그런 직장에서 일을 할 바에는 좀 더 노력해서 더 좋은 직장을 가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인생에 걸쳐 항상 더 좋은 것을 갈망한다. 물론 그것이 사람의 숨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사람의 현실과 목표 사이에 괴리감을 만들어 인생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의 능력이 있다. 다양하면서도 그 최대치가 높은 사람이 있고 낮은 사람이 있다. 앞으로는 완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노력을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4. 나는 누구인가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싫어졌다. 물론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도, 그리고 중학교를 다닐 때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귀찮았고 재미있는 행동이 아니라 처리해야 하는 하나의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휴학 이후에 사람들을 만나기 싫었던 이유는 조금 달랐다. 처리해야 하는 일 1이 아니라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를 휴학했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부끄러움이였고, 그것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나에 대한 평가가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이 나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이 나에 대해 물어볼 때 나는 최대한 그들의 예상에 벗어나지 않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때에 따라 나는 특수고등학교 재학생, 자퇴생, 대학생이 되기도 했다.

나는 여러 신분으로 살았고 한 번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내가 나의 신분을 뭐라고 속였었는지 기억하는데 애를 먹었다. 내 신분에 따라 나의 행동도 달라져야만 했다. 고등학생일 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내 본분이었고, 대학생일 때는 자유로우면서도 스스로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 할일을 찾아나서야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휴학생으로서 본분은 알 수 없었다. 다른 신분으로 사는 것이 훨씬 편했다. 왜냐하면 정해져있는 보편적인 행동 양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진짜 신분인 고등학교 휴학생으로 사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신분을 숨기거나 여러 가지 다른 신분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사용자 수가 많은 익명 게시판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주제로 나뉘어진 게시판에서 내가 관심있는 주제를 골라 활동할 수 있는 구조였다. 대표적인 예로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게시판, 음식을 공유하는 게시판, 게임에 관한 게시판, 여러 이슈를 다루는 게시판등이 있었다. 나는 처음에 가장 인기있는 글들을 모아놓은 게시판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나라의 온갖 핫한 이슈들을 정리한 글들이 올라와 있었고, 당연히 댓글은 난장판으로 서로 저급한 욕으로 싸우고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의 적응이 어려워 인터넷으로 도피한 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앞에서 당당히 할 수 없는 말을 뒤에서는 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휴학한 고등학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시판의 매니저 자리를 위임받았다. 매니저를 맡고 나서부터 나는 게시판에 여러 저격성 글을 작성하였다. 분명히 잘 한 행동은 아니였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익명게시판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한, 나는 익명으로 게시판을 관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 실명으로 내 신상을 숨기지 않고 매니저 자리에서 게시판을 관리했기 때문에 앞에서 못할 말을 뒤에서 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게시판 글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곧 글은 1000개를 돌파했다. 또한 인기글은 조회수가 최소 200, 많으면 400까지 올라갔다. 재학생 수가 450명임을 감안하면, 이 게시판이 학교 내에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익명 게시판의 규모가 커지면서 장점과 동시에 단점도 더욱 더 부각되었다. 현실 세계에서 하기 힘든 질문들, 예를 들면 공부하는 방법, 어떤 동아리에 가입해야 하는지, 특정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익명을 하고 대답 또한 익명으로 받는 과정에서 분명히 이 게시판의 장점도 있었으나, 익명의 힘을 악용하여 남을 비방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게시물도 그에 상응하게 많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학교 선생님들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게시판을 운영할 수 없게 되었다. 게시판에 논란이 될 만한 글이 올라가기만 하면 선생님들이 나에게 연락해 게시글을 지워달라고 하거나 게시판 자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간섭이 많아졌다. 나는 필요악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인터넷에서 앞에서는 못할 행동을 하는 등의 악도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선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는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인터넷에서도 현실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활동하겠다는 다짐 하에 신상을 드러내고 활동했다. 그러나 이것은 인터넷에서 활동의 최대 장점을 없애버렸다. 애초에 게시판은 현실에서 말하기 어려운 것들이나 물어보기 어려운 질문들을 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익명이 보장되어야만 하는데, 운영자의 신상이 모두에게 알려지면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를 망쳐버릴 수밖에 없다. 나는 결국 게시판을 폐쇄하게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로서 죄책감 없이 제2의 인터넷 생활을 시작했다.

프롤로그

PART1 나를 만나다
1. 나를 사로잡은 키워드 (과거, 현재, 미래)
2. 정신적 자해공갈
3. 나는 숨기로 했다.
4. 나는 누구인가
5. 나에게 학교란?
6. 나를 괴롭히는 괴물
7. 나눔
8. 내 생각은 어디서 왔는가

PART2 여행
1. 떠나기 전 여행 준비
2. 여행자가 되다
3. 탄자니아의 첫인상
4. 제레마이아를 만나고 1
5. 제레마이아를 만나고 2
6. 제레마이아를 만나고 3
7. 세렝게티에서
8. 다양함의 조화
9. 음식으로 바라본 탄자니아
10. 잔지바르
11.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
12. This is Africa

PART3 나름, 타이탄의 도구들
1. 단 하나도 신경 쓰지 않기
2. 비행기에서 생긴 일
3. 센터와 아이들
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5. 피로 만든 규칙, 개와 고양이의 진실
6. 음악으로 만난 세상, 슈퍼 슈퍼 그래요
7. 모든 것은 상상하기에 따라 달렸다
8. 체스
9. 스토리

에필로그
Special Thanks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