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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읽을수록 그 깊이가 무한하며, 생명력 또한 놀랍다. 진정, 점입가경인 것이다. 영혼의 두레박을 성서의 우물에 드리우면, 그 안에 담겨 오는 생명의 물 맛이 참으로 신비롭다. 오래 전 먼 이국 땅에 살면서, 고난 중에도 순결한 영혼을 소유했던 이들이 깨우친 이 '하늘의 소리'를 되새기며 오늘을 사는 감격이 거기에 있다. 하늘의 생명이 인간의 몸과 삶이 된다는 이 깨달음은 절망에 처한 인간을 구하는 힘이다. 그 생명은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으며,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사는 인간의 가장 절박한 갈망이 무엇인가? 그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현실의 위력 앞에서, 진정 참되게 그리고 기쁘게 살 길을 뚫어내는 일이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꿈으로 통하는 희망이다. 이 희망을 일구어 내는 일이 쉽지 않아 우리는 좌절하며 세상에 대한 환멸과 비난을 우리들 안에서 길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독기를 품게 하고 있다. 그 독기가 상대를 향해 뿜어질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부터 서서히 독살해 가고 있음을 모른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네 인생살이의 비극이다. 하여,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죽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면 어찌 할 것이가? 말씀으로 돌아갈 일이다. 그 안에서 인생과 역사의 온작 질고를 통과하며 깨우친 믿음의 선각자들이 고백한 '의롭고 선한 생명의 음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아무리 시대가 각박하고 현실이 잔혹하다해도 하나님 나라의 꿈을 결코 잃지 않고 살아간 이들의 뜨거운 체험과 확신에 찬 증언을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 그러면, 홀연히 살 길이 열릴 것이다. -머릿말 중에서

[본문 149-153, '사랑히여, 바람을 가르고'중에서]

하늘의 생명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사랑의 자양분'
사랑의 힘이 이 세상에 뿌려지고 심겨지며 자라기까지에는 그 과정이 언제나 순탄하고 모든것이 일사분란하게 전열을 갖추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태복음의 본문은 '씨뿌리는 자의 비유'로 널리 알려진 말씀으로서 온갖 장애를 뚫고 굳건히 믿음을 지키고 견디면 그 열매가 크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한편, 그 뿌려진 씨앗의 처지에서 보자면 그것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도전적 현실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 사랑이 인간의 영혼 속에 스며들어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나 갖가지의 혹독한 시련과 풍파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은 그런 세월과 풍파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은 그런 세월과 그런 장애들을 이겨내고 우리들의 마음에 자리잡은 하나님 나라의 뜨거운 축복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씨를 뿌리는 순간부터 그 씨의 생명을 짓밟으려는 일들이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다리고 있음을 몰랐기에 시작하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을 이미 내다보시면서, 그런 가운데서도 씨뿌리는 일을 결코 중단하지 않으셨습니다. 만일 그리하셨다면, 우리는 정작 그 씨앗이 우리의 생명을 위해 필요한 힘겹고 어두운 날에는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좋은 땅으로 상징되는 순결하고 아름다우며 용기 있는 마음과 만나면, 하나님 나라의 사랑은 이 세상에 진정으로 귀중한 축복이 된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일깨우고 계신 것입니다. 이 축복이 그 영혼에 확고한 믿음으로 존재하는 이들은 그래서 차츰차츰 나사렛 예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의 손길이 가는 곳마다 아픔이 사라지고,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희망이 새롭게 잉태되고, 그의 입술이 열리면 언제나 지혜가 그득해 세상의 어리석음이 깨어지고 사랑으로 힘과 용기를 얻은 이들의 놀라운 소생함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 생명과 사랑의 씨앗은 이 땅에 뿌려지는 순간부터 어떤 일을 당합니까? 새들이 와서 쪼아먹으려 듭니다. 사랑은 기이하게도 비방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사랑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우음거리가 되거나 시비의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 진정한 뜻을 곡해하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헐뜯고 상처를 줍니다.

나사렛 예수께서는 이 일을 도처의 길가에서 당하셨습니다. "어떻게 죄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서로 흥겨워하는가"하고 당대의 점잖고 학식 있으며 믿음이 깊다는 자들에게 멸시를 겪었습니다. 사랑이란, 참된 사랑의 진실에 눈뜨지 못하는 세상과 직면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흙이 깊지 않은 곳에 떨어지니 해가 뜨자 뿌리가 말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랑과 말씀에 마음이 움직여 모여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뜻이 역사하는 듯 했지만, 그것은 실고 잠시일 뿐이었고 모두들 각자 자신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면서 계산하다가 어려운 고비가 나오니 이내 사랑을 버리고 돌아서고 만 것입니다. 그 사랑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능력의 열매를 가지게 될 기회와 시간을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그런 사람의 삶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 또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좋을 때는 좋다 하다가 조금 힘들고 나빠지면 사랑의 약속을 쉽사리 저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씨앗 가운데 더러는 가시덤불에 막혀 성장의 기운이 막히고 맙니다. 새 것을 용납하지 않는 낡은 제도에, 인간의 진실보다 체면과 위신을 앞세우는 사회적 관습에, 고질적이고 구태의연한 이기적인 사고에, 사랑은 성장의 환경을 갖지 못합니다. 나사렛 예수의 사랑은 이러한 현실에 처해 시간이 지나면 곧 소멸될 듯이 보였으며, 이러한 것들을 뒤집고 생명의 환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랑으로 현실 만들어야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사랑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의 힘 앞에서 패배하지 않는다. 하나님 나라의 생명은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십자가 부활 사건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 승리에 대한 끈질긴 믿음을 가진 이들이 이를 증언해왔다. 그들은, 나사렛 에수의 사랑이 그들의 영혼에 씨앗으로 떨어져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되었는지를 깊이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현실이 되어가는 모양새에 따라 그들의 사랑이 제약된다고 여기지 않는다. 도리어 그들의 사랑으로 현실이 만들어져 나간다고 믿는다. 세상에 굴복하는 자들이 아니라 세상을 이기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실로 바람을 가르며 그 생명력을 이 땅에 깊고 깊게 뿌리내리는 하나님 나라의 뜨거운 위력 아닌가?

그러나, 이 사랑을 알아보고,이사랑의 힘을 믿으며, 이 사랑의 은총에 기대어 살고자 결단한 소수의 사람들의 영혼에서 하나님의 마음은 놀라운 축복의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태양이 작열하나 상관하지 않고 생명의 축도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온몸으로 사랑이 절실한 이들을 껴안고 일으켜 세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고단하고 힘겹게 살아왔던 이들의 마음에 새 힘이 솟고, 홀로가 아닌 함께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한 위로자가 되며, 안식처의 평화를 체험하고 그대가 있기에 내가 기쁜, 나로 인해 그대의 생명이 되살아나는, 그런 감격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실로, 사랑은 우리를 향해 부는 들판의 거센 바람을 가르고 아무런 두려움이나 열려 없이 생명의 씨앗을 세상에 뿌리는 아름다운 영혼의 축복입니다.

이런 사랑, 우리 배웁시다. 이런 사랑, 우리의 것이 되기를 소망합시다. 이런 사랑, 우리의 생명의 능력이 되도록 서로를 도웁시다. 그래서 사랑으로 하나 되어 함께 가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아니하며, 감사와 꿈으로 충만한 그런 나날들이 주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 교회가 그런 사랑을 배우는 뜨거운 현장이 되기를 빕니다. 그래서 너와 내가 하나되어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는 즐거움이 출렁거리기를 기원합니다. 수년전 세상을 뜬 시인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시에 곳을 붙인 노래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예수, 그런 이가 뿜어내는 아름다운 사랑에 기대어 함께 가는 깃은 이러합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사랑 속에 형제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서로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챠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 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사랑은 진정, 바람을 가르며 함께 가는 길입니다.

영혼이 궁핍한 이 시대, 우리들의 실존에 지실로 새로운 삶이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함께 서로 손을 잡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은, 이 나사렛 예수의 사랑이 바람을 가르며 씨앗을 뿌린 그 뜻을 온 몸과 영혼으로 받아들일 일이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그토록 견제하고 저지하려는 세상의 악한 권세를 마침내 이기고 사랑의 띠로 모두가 정겨운 하나가 되는 그런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머릿말

축제의 사람, 그 영혼의 힘(요한복음 2:1-10)
첫 날의 깨달음(창세기 1:1-5)
상처받은 영혼을 향해(마태복음 26:75, 요한복음21:17)
엘림으로 가는 길(출애굽기 15:22-27)
편안한 어깨, 포근한 품(누가복음 15:5.20)
얍복 나루 이쪽과 저쪽(창세기 32:22-28)
참 주인을 기다린 보석(마태복음 13:44)
어린 나귀의 힘(마가복음 11:1-3)
절정의 완성(고린도전서1:27-31,2:12)
사랑이여, 바람을 가르고(정도서 11:4, 마태복음13:3-9)
포도원의 비밀(마태복음 21:1,15-16)
논쟁을 그쳐라, 그아이에게 생명을(마가복음 9:21-24)
고난이 기른 선(창세기37:23-24/50:19-21)
진정한 슬기로움(마태복음24:45-51)
우리 손에 준것은(출애굽기4:1-5)
주님, 우리가 칼을 쓸까요?(누가복음19:45-48,22:49-52)
나는 하늘을 얻고, 하늘은 나를 얻고(누가복음 15:17-24)
박해받는 하나님 나라(마태복음5:10-12)

김민웅 목사의 설교는 한없이 따뜻하다. 그리고 진부하지 않다. 설교 속에 녹아 있는 하나님의 마음과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과 치밀한 사회과학적 분석, 깊이 있는 신학적 자양분과 어우러져 전혀 차원이 다른 설교의 전형을 보여준다. 김 목사와 함께 말씀의 산책로를 따라가노라면 인간과 세계와 신앙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자연스레 눈 떠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박태준-전 국무총리

설교자는 설교를 만들고 설교는 세상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뉴저지 길벗교회 김민웅 목사와 그의 설교에 꼭 적합한 말이라고 여겨집니다. 김민웅 목사의 설교에는 고민이 깃들어 있어좋습니다. 자신의 한계와 인간의 한계에 대한 고민이 그의 설교에 배어 있고, 시대의 아픔에 대한 가슴앓이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의 고민에는 나사렛의 청년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민하셨던 고민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가 고민하셨던 그 고민이 그의 설교에 깃들어 있습니다.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김민웅 목사의 설교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이 가고 그래서 영향력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이 설교집을 읽고 영혼의 양식을 얻게 되기를 바라며 추천사에 대신합니다.
김진홍-두레교회 목사

나는 미국 뉴저지에서 길벗교회를 다니며 꼬박 한해 동안 김민웅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던 적이 있다. 이번에 그의 새 설교집을 읽으며 그때의 감동이 생생히 되살아남과 아울러, 그 후로 그가 추구해온 실천적 신앙의 진실 앞에 옷깃을 여미에 된다. 김민웅 목사님의 설교에는 인간 존재의 깊이에서 참으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혼의 메시지가 있고, 시대를 예리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며 앞장서서 열어가는 예언자적 외침이 아로새겨져 있다.
한명숙- 여성부장관

나는 그분 교회의 헌금 바구니 하나 채우지 못하는 신앙인이다. 게다가 아주 비판적인 사람이다. 신부님들이나 목사님들을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김민웅 목사님을 대할 때마다 비판의 서슬을 접고 마음의 무장해제를 당한다. 그분의 열정, 고난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흘리는 그분의 땀방울 앞에서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이 진정한 마음을 가능하게 하는 뜨거운 사랑 앞에서 나는 언제나 예, 예 하고 마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마음이 우울할 때 나는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낸다. 그곳 시간으로 아무리 늦은 밤에도 그분은 자신의 마음과 귀를 열지 않으시는 법이 없다. 하지만 다만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 목사님이 이웃을 사랑하듯 '당신의 몸'도 좀 생각해 주시기를, 내가 어디에 있듯, 김민웅 목사님은 우리 목사님이시니까.
공지영-소설가